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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다리 좀 주물러줬으면…" 하지불안증후군

독사여^^ 2018. 7. 18. 07:49

 

푸근한 잠을 방해하는 훼방꾼이 있다. 잠자리에만 누우면 다리가 가렵고 찌릿찌릿하다. 간신히 잠이 들지만 벌레가 다리 위로 기어다니는 느낌 때문에 벌떡 깬다. 도대체 이유가 무엇일까?

 

잠자리에서 흔히 느끼는 다리가‘쑤시다’‘저린다’‘무겁다’등의 증상은 과연 무엇일까? 이 훼방꾼의 이름은‘하지불안증후군’이다. 대한수면연구회가 지난해 20~69세 성인 남녀 5000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설문조사한 결과, 7.5%(373명)가 하지불안증후군 증상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의학 교과서엔 성인의 5~10%가 이 병을 앓는다고 나와 있다. 우리나라 인구 4800만 명 중 360만 명에 이 질환이 있을 정도로 간단치 않은 훼방꾼이다. 하지불안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은 다리가 불편하고 불쾌한 느낌이다. 이런 느낌 때문에 다리를 자신도 모르게 움직이려고 한다. 누워 있거나 움직이지 않을 때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 생기고, 특히 밤에 증상이 심해진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불편함이지만 참고 지내는 환자가 의외로 많다.

 

하지불안증후군 환자는 불면증과 피로감을 달고 산다. 다리를 움직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이런 느낌이 사라져서 밤이면 자꾸 잠을 깨고 다리를 움직일 수밖에 없다. 환자의 60%는 수면장애를 겪고, 40%는 만성피로, 30%는 낮에 졸음을 호소한다. 잠을 못 이루다 보니 환자 10명 중 2~3명이 우울증을 겪기도 한다. 환자의 85% 이상은 수면중 20~40초 간격으로, 매회 0.5~5초간 지속적으로 다리에 경련성 수축이 일어난다. 증세가 악화되면 엉덩이와 몸통, 얼굴 등 다른 부위에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증세가 심한 사람은 하룻밤에 수십, 수백번씩 다리를 움직인다는 보고가 있다.

 

하지불안증후군을 단순히 불편하다고 넘길 수는 없다. 하버드의대 연구팀에 따르면 하지불안증후군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장혈관 질환 위험이 2.07배, 관상동맥 질환 위험이 2.0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질환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중추신경계에 철분이 부족해 신체운동을 통제하는 신경세포인 도파민 전달체계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는 정도다. 철분결핍과 임신, 당뇨병, 말기콩팥질환, 알코올중독, 심한 다이어트 때문에 생길 수도 있다. 특히 뚱뚱한 사람에게 빈번하게 발생한다.

 

하버드 의대 연구팀이 8만8000명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비만인 사람이 정상 체중인 사람에 비해 하지불안증후군 발병위험이 42% 가량 높았다. 그러나 이 병은 원인을 잘 몰라 진단이 어렵고, 치료도 쉽지 않다. 의사들은 환자가 이야기하는 증상과 병력으로 판단한다. 보통 병원에선 도파민 효능제라는 약을 처방한다. 철분 결핍이 원인이라면 철분제를 처방하기도 한다. 약물치료와 함께 생활습관 개선이 도움이 된다. 

 

술, 담배, 커피 등을 멀리하는 것이 좋고, 잠들기 전에 스트레칭, 온욕, 핫팩, 허벅지 마사지 등 자기 관리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기 전에 심한 운동을 하거나 술을 마시면 증세가 악화되므로 될 수 있으면 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