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15일 이상을 두통 때문에 생활이 어렵다고 가정해보자. 단순히 머리가 지끈거리는 정도의 두통이 아닌 어지럼증과 구역질이 동반되고 머리를 쥐어짜는 통증이 이틀에 한 번 꼴로 나타난다면 어떨까? 삶의 질 저하는 물론이고 사회생활까지 어려울 게 뻔하다. 이들을 학계에서는 만성편두통 환자라고 부른다. 국내에 만성편두통을 앓는 환자 유병률은 6.1%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만성편두통 환자들은 두통이 한 번 시작되면, 막아낼 방도가 없기 때문에 일단 두통이 시작되지 않도록 생활 속에서 두통 유발 요인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편두통 전체 두통 환자의 10%가 편두통을 겪는다. 뇌 신경이 지나치게 긴장·수축하는 게 원인이다. 어지럼증, 무기력, 구역질 같은 특징적인 증상과 함께 머리 한쪽에서 심장이 뛰듯 울리며 통증이 느껴지는 박동성 두통을 말한다. 바늘로 찌르거나, 전기가 오르거나, 머리를 쥐어짜는 것처럼 통증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긴장성 두통 긴장성 두통은 머리 주변의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해 생기는 두통이다. 신체피로·스트레스·수면부족이 주원인이다. 머리 전체가 조이는 느낌이 들고 주로 저녁 이후에 잘 생긴다. 초기에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통증이 완화된다.
▷약물과용두통 두통약을 지나치게 먹는 것도 두통을 유발할 수 있다. 약물과용두통은 진통제를 과다하게 먹어 생기는 두통으로, 전체 두통의 4.5%를 차지한다. 약을 먹으면 뇌 신경이 흥분되고 감각중추가 자극돼 일시적으로 통증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이를 너무 자주 먹으면 신경이 과도하게 흥분하고 통증을 조절하는 자체 기능이 떨어져 두통이 심해진다.
▷운동유발성두통 운동을 시작한 후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리고, 쿵쿵 울리는 두통이 나타난다면 운동유발성두통이다. 수영을 하거나 아령이나 역기 같은 무거운 운동 기구를 드는 운동을 하면, 자연스럽게 입을 다문 채 숨을 쉬지 않고 힘을 주는 데 집중을 하게 된다. 이때 일시적으로 뇌압이 상승된다. 뇌압이 올라가면 뇌 근육과 혈관 등이 위축되는데, 이 과정에서 두통이 생긴다. 또 힘을 주는 근력 운동을 하게 되면 목 부분에 위치한 경막이 갑자기 당겨지는데, 경막은 뇌로 바로 이어지는 삼차신경을 자극해서 두통을 유발한다.
▷이차성 두통 이차성 두통은 통증을 유발하는 원인질환이 명확한 두통이다. 보통 뇌종양·뇌출혈·뇌경색·뇌수막염 등이 있으면 뇌의 압력이 올라가 두통이 생긴다. 뇌질환이 아니더라도 안압이 높거나 목디스크가 있으면 두통이 생길 수 있다. 특히 목디스크의 경우 목의 신경과 혈관이 눌리면서 뇌에도 악영향을 미쳐 통증이 생긴다.
Part 1 편두통 환자가 알아야 할 7가지 수칙
첫째, 자신의 두통에 대한 정확한 진단명을 파악한다.
둘째, 두통 전문 의사를 찾는다.
셋째, 두통 예방에 도움이 되는 생활습관을 갖고 피할 수 있는 두통 유발 요인을 파악한다.
넷째, 자신의 두통에 효과적인 진통제를 찾는다.
다섯째, 진통제를 남용하지 않는다.
여섯째, 편두통 빈도가 잦으면 병ㆍ의원을 찾아가 예방 치료를 받는다.
일곱째, 평소 두통과 다른 두통이 발생하면 의사의 진료를 받는다.
1. 매일 6~7시간 충분히 자기
두통을 예방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적정 시간 충분히 자는 것이다. 수면 시간이 너무 많거나 적으면 두통이 생긴다. 성인은 매일 6~7시간을 채워 자고, 잠자리에 드는 시간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2. 술이나 카페인 음료 피하기
두통을 유발하는 음식도 피하는 게 도움이 된다. 대표적인 것이 아민이 든 식품인데, 아민은 초콜릿이나 적포도주, 치즈, 식초에 많다. 아질산염이 든 소시지나 베이컨, 아스파탐이 든 청량음료, 카페인이 든 커피도 섭취를 자제하는 게 좋다.
3. 운동으로 긴장 완화하기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긴장이 완화되면서 편두통을 예방할 수 있다. 걷기, 수영, 자전거 타기 등 유산소운동을 하는 게 효과적이다. 매일 30분 이상 목과 어깨 등의 근육을 풀어주는 운동을 하는 것도 좋다. 목 주변 근육이 긴장했을 때도 두통이 올 수 있다.
4. 끼니 거르지 않기
6시간 이상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 것도 두통을 유발할 수 있다. 음식을 먹지 않으면 혈당이 낮아지면서 뇌로 혈당을 공급하는 혈관이 수축, 뇌혈관 주변의 말초신경이 자극받기 때문이다. 적은 양이라도 아침 식사를 꼭 하고, 저녁도 가볍게 먹어야 한다. 비타민C와 미네랄이 많은 푸른 채소를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5. 두통일기 쓰기
두통은 매우 주관적인 증상이다. 의사를 찾았을 때 ‘머리가 아프고, 띵 하다’는 식으로 애매한 표현을 하기 쉽다. 평소 자신이 느낀 통증을 구체적으로 적어두면 이후 의료진과 상담할 때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편두통 환자의 약 복용 시간
편두통은 두통이 시작되기 2~3시간 전에 긴장형 두통에 쓰이는 단일제제의 소염진통제를 먹어야 통증을 다스리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편두통이 시작된 지 1시간이 지나면 신체 곳곳으로 통증이 번지는 ‘중추감작’ 상태가 된다. 이때는 소염진통제가 소용없다. 의사 처방을 받아야 하는 전문의약품인 트립탄과 에르고타민 계열을 먹어서 통증을 유발하는 뇌 혈관을 수축시키고, 신경전달물질 분비를 조절해야 한다.
Part 2 만성편두통 환자의 식습관
만성편두통 환자들은 생활 속에서 카페인을 멀리하는 등 식습관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편두통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식품들을 소개한다.
머위
머위는 강력한 혈관 확장물질인 페타신과 이소페타신이 많아 염증물질인 류코트리엔 합성을 낮춰 편두통 통증을 줄여준다. 미국과 독일에서 진행한 공동연구에선 편두통을 앓는 성인을 대상으로 하루에 머위 75㎎(한 줌 분량)을 섭취하게 한 결과, 머위를 먹지 않은 그룹보다 편두통 증상이 48% 줄었다. 미국두통학회와 미국신경과학회에서는 편두통 예방치료 목적으로 머위 50~75㎎을 하루 2회 먹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마그네슘
마그네슘은 일일 400㎎을 섭취해야 편두통 증상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단 식품이 아닌 고용량 마그네슘을 복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부작용으로 설사가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버섯
버섯에는 리보플라빈으로 불리는 비타민B2가 풍부하다. 이 성분은 세포 에너지를 만드는데 중요하다. 비타민B2가 많이 포함된 식품을 먹으면 두통을 완화하거나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특히 버섯 중에서는 영지버섯이 두통 완화에 좋다. 꾸준히 영지버섯을 섭취할 경우에는 혈관에 쌓인 노폐물을 제거해서 두통을 없애는데도 효과가 있다.
연어
연어에는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해 염증을 줄이고 두통을 없애는 데 효과가 있다. 연구에 따르면 연어와 같은 생선에 들어있는 생선유는 항염증과 신경 보호 효과가 있어 편두통 발생 횟수와 통증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몬드
아몬드에는 트립토판이 풍부하다. 트립토판은 뇌 화학 물질인 세로토닌의 분비를 돕는 아미노산의 일종이다. 세로토닌은 행복 호르몬으로 불리며, 기분을 좋게 해 주는 효과가 있어서 두통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아몬드에는 마그네슘이 많이 들어있다. 마그네슘은 근육과 혈관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신체 통증과 스트레스는 긴장성 두통을 유발하는데 이 때 마그네슘을 섭취하면 효과가 있다. 또 아몬드에 들어있는 살리신 성분은 진통제에도 함유되는 성분이다.
생강
생강은 진통 효과를 내는 음식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진행된 한 연구결과를 통해 생강이 두통에 좋다는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생강은 혈액순환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해서 두통과 함께 속이 울렁거리는 증상이 나타났을 때, 이를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다.
박하
박하는 두통과 신경통에 좋다고 알려진 식품이다. 몸에 열이 오르면서 두통을 느낄 때 박하차를 마시면 좋다. 또 박하는 맥박을 안정화 시키고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준다.
파인애플
스트레스로 인해 두통이 생겼다면, 파인애플이 두통을 없애줄 수 있다. 파인애플에 풍부한 구연산 성분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Part 3 편두통 완화 지압법
편두통이 극심할 때는 지압을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두통을 완화하는 마사지법은 우선 목과 어깨를 10분간 주무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후 귀 뒤쪽 움푹 들어간 경혈을 손가락으로 3~5초 지압하고, 5초 쉬는 것을 15분 반복한다. 이후 고개를 앞뒤·좌우로 15초씩 당기고, 손가락 3개로 목 아래부터 머리까지 2분간 반복해 쓸어 올리면 된다. 이 마사지법을 8주간 실시한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진통제 투여 횟수가 3분의 1로 줄었다는 동의과학대 간호학과 연구 결과가 있다. 또한 두통이 있으면 목 근육이 잘 뭉치는데, 뭉친 근육을 풀어 주면 두통이 완화된다.
편두통, 뚱뚱하거나 마른 이들에게 많아
편두통이 비만 또는 저체중과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존스 홉킨스대학 의대 두통 연구실장 리 퍼터린 박사는 비만이나 심한 체중 감소가 편두통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퍼터린 박사는 지금까지 발표된 편두통 관련 연구논문 12편(총 연구대상자 28만8981명)을 종합분석했다. 분석 결과, 체질량지수(BMI·비만도 측정을 위해 몸무게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가 30 이상인 비만한 사람은 정상(25~29.9)인 사람보다 편두통 발생률이 27%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BMI가 18.5 이하로 저체중인 사람은 정상인 사람보다 편두통 발생률이 13% 높았다.
퍼터린 박사에 따르면 이처럼 몸무게가 편두통 위험과 관련이 있는 이유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지방조직도 내분비 기관인 만큼 갑상선 같은 다른 내분비 기관처럼 호르몬을 너무 많이 분비하거나 너무 적게 분비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몸무게가 지나치게 늘거나 줄 때 나타나는 지방조직의 변화로 인해 호르몬·단백질 분비가 달라지면, 몸 안의 염증 환경에도 변화가 생겨 편두통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퍼터린 박사는 이 결과가 보여주는 것은 편두통과 과체중·저체중 사이에 어떤 관련이 있다는 것일 뿐 명확한 인과관계가 성립된다는 말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신경학회학술지 <신경학(Neurology)>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