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갱신 청구했으면 실거주 목적 새 집주인도 비우라 못해"
"계약 갱신 청구했으면 실거주 목적 새 집주인도 비우라 못해"
8월 매매 계약 - 9월 전세 계약 갱신 청구권 행사 - 11월 소유권 이전 법원 "소유권 등기전 계약갱신요구해 계약 연장 유효" 임차인 손 들어줘 종전 집주인에게 전세 계약 연장을 위한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했을 경우 실거주를 목적으로 한 새 집주인이라도 세입자에게 집을 비워달라고 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전세 계약을 둘러싼 임대인·임차인 간 갈등이 예고된 개정 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계약갱신청구권 행사와 관련한 법원의 첫 판단이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8월 B씨가 소유한 경기도 소재 아파트에 대해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같은해 11월 소유권이전 등기를 마쳤다.그는 앞서 2019년 2월 임대차보증금 3억500만원에 2년간 전세 계약을 맺은 세입자 C씨가 올 2월까지만 살고 이사한다는 말을 믿고, 실거주 목적으로 이 아파트를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매매∼등기 과정에서 갑자기 문제가 발생했다.
세입자 C씨가 소유권이전 등기 두 달여 전인 지난해 9월 B씨 측에 전세 계약 갱신청구권을 행사한 것이다.계약 갱신 요구는 임대차 기간 만기 6개월 전∼2개월 전까지 가능한데 C씨의 전세 계약 만료는 이듬해 2월이었다.C씨는 종전 집주인 B씨에게 "전세 계약 갱신청구가 가능하다고 한다. 형편이 여의치 않아 계약을 연장했으면 한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이에 B씨는 "매매 계약이 돼 새 주인과의 관계다. 매수인(원고)이 세입자분(피고)이 안 나간다고 하니 많이 당황스러워 한다"며 "계약 체결하고 저녁에 전화했을 때 만기 전에 집을 알아본다고 해 나가는 줄 알았는데, 다시 생각해달라"고 답했다.C씨는 그러나 "우리 사정이 아주 어렵다. 그래서 계약 갱신청구권을 행사한 것"이라며 이사를 거절했다.
A씨 입장에서는 새로 집을 사 놓고도 전세 계약을 유지하겠다는 원 세입자 때문에 이사를 못하는 상황이 된 것.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대인과 그의 직계존비속이 해당 주택에 실제 거주하는 경우 계약갱신 청구를 거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A씨는 이에 따라 실거주 목적으로 부동산을 매수한다고 반복해서 알렸고, C씨가 임대차 기간이 끝나면 이사하리란 의사를 표시해 이를 믿고 집을 샀다며 소송을 제기했다.수원지법 민사2단독 유현정 판사는 새 집주인 A씨가 세입자 C씨를 상대로 낸 건물 인도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유 판사는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 등기를 마치기 전에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했고, 당시 임대인인 B씨 측에는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 6조의3 1항 단서 각호의 정당한 거절 사유가 존재하지 않았다"며 "따라서 계약은 갱신됐다고 할 것이고, 그 후 해당 주택을 양수한 원고는 실거주를 이유로 이를 거절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계약갱신요구권을 취득해 행사할 수 있는 것을 알고도 계약만료일에 퇴거하기로 합의해 신뢰를 줬다고 보기는 부족하다"고 덧붙였다.이번 판결은 지난해 7월31일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계약갱신청구권 관련 법원의 첫 판단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