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두면 되겠네요" 말한 뒤 결근..법원 "부당해고"
근로자가 "그만두면 되겠다"는 취지의 말을 하고 사업장을 떠났더라도 실질적인 사직 의사에 따른 것이 아니었다면 부당해고로 봐야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유환우)는 최근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지난해 1월부터 한 부부가 공동대표로 있는 제과·제빵업체에서 근무해왔으나 같은해 5월 이 부부의 아들이자 실질적 운영자인 B씨와 언쟁을 벌인 후 사업장에 출근하지 않았다.조사결과 B씨는 A씨에게 "이렇게 거짓말하면 같이 일 못한다"고 지적했고, A씨는 "그럼 내가 그만두면 되겠네요"라고 받아쳤다.
이후 B씨가 제빵실에서 일하고 있던 A씨에게 "나간다고 하지 않았냐, 왜 여기서 일을 하고 있느냐"고 재차 말하자 A씨는 그 자리에서 짐을 챙겨 나간 뒤 다음날부터 출근하지 않았다.
A씨는 사업장에서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도 신청했으나 모두 기각되자 이 사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재판부는 "A씨가 자발적으로 사직의 의사를 표시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A씨의 의사에 반해 B씨와 그 부모의 일방적인 의사표시에 따라 근로계약 관계가 종료된 것이라고 보는 게 상당하다"고 판단했다.이어 "설령 A씨가 '그만두면 되지 않느냐'는 의사를 표현했다고 하더라도, 그 자리를 떠나 제빵실로 가서 근무하고 있었다면 진정으로 사직의 의사표시를 한 것이라고 해석하기는 어렵다"며 "B씨는 다시 A씨에게 일을 하지 말라는 취지로 말했고, 이는 A씨가 짐을 챙겨 사업장을 떠난 직접적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B씨의 부모는 A씨가 사업장을 나가자 불과 몇 시간 내에 A씨에게 해당 날짜까지의 급여를 지급해 근로관계 종료를 공식화했다"며 "이들은 2개월간 후임자를 찾지 못해 사업장 운영에 큰 지장이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2개월간 A씨에게 다시 출근해달라는 취지의 연락을 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이에 따라 "A씨와 이들 부모의 근로계약 관계 종료는 해고에 해당한다"며 "근로기준법에 따른 해고사유와 해고시기의 서면통지를 하지 않은 것을 절차적으로 위법하므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