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이냐, 노조법이냐' 고민 빠진 현대차
현대차, 최저임금 위반 근로자 7300여명..상여금 쪼개기 계획 중이지만 노조 동의 없으면 '노조법 위반'
‘최저임금법 위반 벌금 2000만원 vs 노조법 위반 벌금 1000만원’
현대자동차가 최저임금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상여금이 격월로 지급되는 현재 임금체계가 유지되면 최저임금법을 위반하게 되고, 노조의 동의 없이 상여금을 매월 지급하면 노조법을 어긴다.
현대차가 7월부터 상여금을 매월 지급하겠다고 노조에 공문을 보냈지만 실행 여부는 미지수다. 아직 협상을 위한 시간은 남아있다.
◇1년차 연봉 5400만원도 최저임금 위반…7300명 최저임금 미달=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관련 법률 자문을 이미 진행했다. 짝수달에 지급 중인 상여금을 매달 쪼개줄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현대차는 근로자 평균 연봉이 9200만원, 초임연봉에 5200만원에 이르지만 3월 말 기준 약 7300여명의 근로자가 최저임금법을 위반하고 있다. 임금에서 상여금의 비중이 높고, 기본급이 낮은 ‘기형적 임금체계’가 낳은 결과다.
현대차 공장 정규직 근로자 1년차의 경우 연봉이 5420만원(특근, 상여금, 선물비 등 포함)이지만 월 기본급은 155만원에 불과하다. 최저임금 기준인 174만5150원(월 209시간 기준)에 못 미친다.
올해 최저임금을 판단하는 소정근로 시간에 법정유급휴일이 포함(209시간)되면서 최저임금 위반자는 더 늘었다. 특히 짝수월에 지급되는 상여금이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되지 않는 것은 치명적이다. 현재 기준으로는 연봉 8000만원도 최저임금을 위반하는 사례가 나온다.
최저임금 위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현대차 사업주(대표이사)는 ‘징역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 형을 받을 수 있다.
◇상여금 쪼개기 방법이지만 '노조법 위반'
최저임금 위반을 피하기 위해 회사가 꺼내든 카드는 짝수월(통상임금의 100%)마다 지급되는 상여금을 50%씩 매월 지급하는 방안이다. 관련 취업규칙 변경을 준비 중이다.
매월 지급하는 상여금은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돼서다. 기본급을 높이기에는 회사에 주는 부담이 크다.
임금 지급 방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취업규칙을 바꿔야 하는데, 노조 동의없이 의견청취만으로 변경 가능하다. 회사는 지난해 말부터 해당 취업규칙 변경 내용을 담은 공문을 노조에 보내고 있다. 의견청취의 한 방법이다.
하지만 현대차의 경우 상여금 지급 방식이 ‘단체협약’에도 명시돼 있어서 이도 함께 수정해야 한다. 단협 변경은 노조의 동의가 필수다.
우리나라는 취업규칙보다 단협이 우선되기 때문에 노조의 동의가 없는 상여금 분할 지급은 결국 단협(노조법) 위반이 된다. 노조법 위반은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는데, 사업주와 회사가 함께 처벌받는 양벌규정이 적용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상여금을 쪼개 지급하면 매월 단협(노조법)을 어기지만 벌금은 1회만 내면 된다는 법적 자문을 구한 상태”라며 “양벌규정의 경우 위헌이 결정이 났지만 아직 해당 법률이 개정이 안 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적발 후 최장 6개월 유예기간
현대차가 최저임금법, 노조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서는 노조와 원만한 합의가 필요하다.
현재 노조도 최저임금 위반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상대적으로 고액임금자인 현대차 노조가 최저임금 위반을 강조하면 오히려 ‘여론 역풍’을 맞을 수 있어서다.
아직 협상을 위한 시간은 남아 있다.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법 위반이 확인된 날로부터 최장 6개월의 자율 시정기간’을 부여하고 있다. 올 들어 현대차는 별도의 시정지시를 받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노조가 최저임금 위반을 통상임금 문제와 연계지으면서 회사와 마찰이 발생하고 있다”며 “회사가 7월부터 상여금 월할지급 공문을 보냈지만 실질적으로 노조 동의 없이 시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이 기자 2019.07.01 04:15